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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23년 만에 작품에서 앙숙으로 만난 청담 부부

by pipe_factory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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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단짝인 정우성 이정재의 스크린에서의 재회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헌트. 두 배우의 열성적인 홍보 열정은 좋았으나 너무 많은 예능 나들이는 영화 완성도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의 좋은 평들과 꽤 볼만한 수작이라는 입소문이 퍼져나가 다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게다가 주연이자 감독까지 맡은 이정재의 입봉작 답지 않은 수준급의 연출력은 호평 일색이었다.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의 쾌거를 거둔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감독으로서 이 정도 연출력을 발휘하다니. 기훈이 형, 이런 사람이었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드는 생각, 포스터가 대놓고 스포하는거 아냐?

 

냉엄했던 제5공화국의 시대상을 담다

 

영화의 배경은 정확한 연도가 나오지는 않으나 누가봐도 그 인물을 생각해낼 수 있게 친절하게 머리 벗어진 대통령을 출연시킴으로써 5 공화국 시대의 이야기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역사와 시대상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영화 관람에 도움이 되겠으나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래도 꼭 영화 보기 전에 미리 사전 지식을 알고 싶다면 '아웅산 테러사건' 정도는 알고 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이응평 미그기 귀순 사건'도 알고 있으면 좋다. 실제로 그가 인터뷰 때 했다고 한 말이 대사에 그대로 인용되기도 한다. (물론 나중에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긴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귀순한 조종사로 놀라운 배우가 깜짝 등장하니 기대하셔도 좋다. 

 

아웅산 테러사건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 최대한 알아보지 않고 보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마지막 방콕에서의 장면은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아웅산 테러사건을 이렇게 여기에 버무릴 수가 있구나. 실제로는 미얀마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영화상에는 방콕으로 연출했지만 실제 사건 영상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눈에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북한 김정일의 지시로 일어난 이 테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운 좋게도 목숨을 구했지만 한국 고위 관료 총 17명이나 사망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미얀마 당국은 우리의 자작극을 의심할 정도로 제3국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테러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북한과 수교를 맺던 국가들도 테러를 일으킨 국가를 지지할 수 없게 되자 북한과의 관계를 끊고 우리나라와의 수교를 맺게 되었다. 이는 북한이 세계적으로 고립이 되게 된 단초가 된 현대사의 큰 사건이었다.

 

 

니가 동림이지?

 

동림을 찾기 위한 안기부 두 차장의 치열한 사투

 

연이은 기밀작전들이 북에게 들키고 아군이 전멸하는 지경에 이르자 조직에 두더지가 있음을 확신한 안기부장은 두 차장에게 서로를 사찰하고 감시하라 지시한다. 서로가 서로를 동림 즉 스파이로 의심하게 된 두 차장은 서로의 뒤를 쫓고 쫓는다. 이 과정을 영화는 제법 속도감 있게 하지만 절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잘 담아가고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항상 이런 무게감 있는 역을 할 때 나타나는 정우성의 어색한 발성과 많은 좋은 배우들이 열연을 하였지만 대사 전달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 배우 대사만이라도 '모가디슈'처럼 부분 자막이라도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데뷔 20년이 훌쩍 넘은 정우성과 이정재라는 배우의 아우라는 어색한 발성도 집어삼키고 남을만했다. 충분히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훨씬 배가 되었다. 그리도 감독 이정재의 넓은 인간관계 덕으로 카메오로 출연한 많은 유명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좋은 재료들을 버무린 제법 맛있는 비빔밥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남북관계까지 영화화 하기 좋은 재료들을 매끄럽게 스토리에 잘 녹여냈다. 물론 일본 도시 한복판에서 남북한 요원들이 대규모 총격전을 벌이고도 조용히 넘어간다던가 이정재가 부하직원을 죽이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던가 하는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상의 허점 역시 없진 않지만 영화적 장르의 특성상 눈감아 줄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중반까지 동림을 찾는 과정에 그 팽팽한 긴장감과 배우들의 호연까지 잘 버무려졌다. 동림이 발각된 후 좀 산만해진 스토리는 마지막 방콕 대규모 총격신으로 충분히 만회할 만한 것이었다. 적당한 영화적 재료와 훌륭한 연기,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여러 영화를 오마주한 흔적, 그것을 잘 버무린 맛있는 비빔밥 같은 영화였다. 무엇보다도 첫 영화 연출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출력을 보여준 이정재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되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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