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모든 혁신은 비난과 조롱 속에서 피어난다 '머니볼'

by pipe_factory 2022. 10. 19.
반응형

미식축구 영화를 몇 번 리뷰했지만 나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바로 야구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부터 사회인 야구까지 모든 야구를 사랑한다. 그런 나에게 머니볼이라는 영화는 당연히 매우 특별하다. 머니볼은 야구 관련 영화이지만 특이하게도 소설이 원작이 아니다. 원작 머니볼은 경제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루이스가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에슬레틱스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 및 적용하여 성공을 이뤄낸 과정을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책이다. 이런 경제학 책으로 영화를 만들다니? 원작을 먼저 읽어봤던 입장에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가 주연이자 제작까지 참여해서 이 영화를 만든다고? 그럼 믿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야구 소재 영화로 남아있다. 

 

빌리 빈 그 자체였던 브래드 피트

 

실패한 선수, 단장이 되다

 

영화의 주인공은 빌리 빈이라는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단장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모든 스포츠에 능한 만등 스포츠맨이었다. 그래서 미식축구로도 스탠퍼드 대학에 장학금 제의까지 받았지만 야구를 위해 거절하고 뉴욕 메츠에 1라운드 23번째 지명을 받게 된다. 1라운드 지명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전도유망한 선수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재능을 만개하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며 백업 외야수에 머물고 만다. 머니볼에 나온 그가 밝힌 선수로서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멘털이었다고 한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면 분노도 조절하지 못했다. 사실 이는 그가 단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단장이 되고 나서도 운동 능력만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 그렇게 선수로서는 보잘것없는 커리어를 보내고 오클랜드에서 은퇴를 하였고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스카우트 팀에서 시작해 단장 보좌역으로 승진하고 결국 40세도 안된 이른 나이에 단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도의 승리 지향적인 그의 성향이 선수로서는 실패했어도 프런트로서는 빠른 성공의 지름길이 된 것이다. 물론 그의 소속이 오클랜드라는 스몰마켓팀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빌리 빈의 성공 이후로 많은 팀들이 어린 단장을 자리에 앉혔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선수를 팔아야만 하는 스몰마켓 팀의 숙명 

 

2001년 오클랜드와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이때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오클랜드는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제이슨 지암비를 앞세워 양키스와 맞서지만 당시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양키스의 상대가 되진 않았다. 그렇게 2001년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해 스토브리그에 FA가 된 제이슨 지암비는 양키스로 향하게 된다. 지암비를 비롯해 3명의 선수나 잃게 된 단장 빌리 빈은 구단주에게 선수를 사기 위해 돈을 달라고 하지만 스몰마켓인 오클랜드에게 그런 돈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빌리는 선수를 계속 빼앗기는 이런 상황에 신물이 났지만 어찌 됐건 야구는 계속되어야 했다. 트레이드라도 해서 새로운 선수들을 구해와야 하지만 함께 하는 오랜 경험의 스카우터들은 구태의연한 말만 반복할 뿐이다. 빌리는 데이터를 통해 팀을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그들은 선수들의 몸매나 여자 친구 외모 같은 터무니없는 근거로 선수를 평가하고 있었다. 빌리는 본인의 분석대로 맘에 드는 선수를 트레이드하고자 클리블랜드 팀의 단장과 협상을 하지만 거의 다 된 밥에 갑자기 어떤 직원이 와서 단장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재를 뿌리고 만다. (사족이지만 그가 데려 오고자 했던 선수는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기도 한 카림 가르시아다) 그는 트레이드는 망쳤지만 자신의 일을 망친 그 직원에게 관심이 생긴다. 그의 이름은 피터 브랜드.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인 그는 클리브랜드에서 데이터로 선수들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야구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며 거액을 받고 오클랜드를 떠난 3명의 선수를 예로 들며 절대 그 정도의 가치는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식으로 선수의 가치를 측정했다. 새롭게 야구를 해석하는 방법을 찾고 있던 빌리에게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은 인재였다. 빌리는 그를 바로 오클랜드로 스카우트해오며 머니볼의 시작을 알린다. 

 

 

머니볼, 스몰마켓 팀이 살아남는 방법

 

오클랜드로 오게 된 피터에게 빌리는 바로 영입 대상 3명의 분석을 의뢰한다. 하지만 피터는 무려 51명의 선수를 분석해왔다. 투구폼이 이상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사생활이 문란하거나 등등의 이유로 가치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스카우터들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었다. 출루율의 가치를 설명하는 빌리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이야 OPS라고 불리는 출루율+장타율 수치가 타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기본 척도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타자는 타율 타점 홈런으로만 중점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빌리가 가져온 선수 리스트 역시 사생활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결국 빌리는 그들을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단장의 권한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인다. 그리고는 FA가 되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어느 팀과도 계약을 못하고 있던 스캇 해티버그를 찾아간다. 그는 평생을 포수로 뛰었지만 빌리는 팔꿈치 부상으로 더 이상 포수로서 가치가 없어진 그를 1루수로 영입하고자 한다. 해티버그는 사실 딱히 눈에 띌만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아니지만 이 머니볼을 관통하는 선수가 되어 오히려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가 되었다. 이렇게 빌리의 독단적인 결정이 계속되자 스카우트 팀장은 그에게 찾아와 당신의 방식은 실패할 것이고 야구는 컴퓨터 데이터로 하는 게 아니며 자신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직관과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빌리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라고 하지만 팀장은 그러다 당신이 해고될 거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그렇게 갈등만 쌓여가며 새 시즌은 시작된다. 

 

 

머니볼,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다

 

그렇게 맞이한 새로운 시즌의 첫 경기, 빌리는 여느 때처럼 경기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 눈에 띈 것은 1루수 자리. 감독은 해티버그가 아닌 페냐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경기 후 빌리는 감독과 독대한다. 감독 역시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는데 재계약 협상을 계속 미루는 빌리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감독은 자신의 라인업에 관여하지 말라고 못 박는다. 이렇게 프런트와 현장 사이에 갈등은 고조되고 팀은 성적이 곤두박질치며 빌리의 머니볼은 전국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이때다 싶어 모든 올드스쿨 야구 관계자들이 야구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 하는 거라며 그를 비난한다. 17게임 중 14게임을 지며 팀은 수렁에 빠진다. 구단주마저 그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7월까지만 이 방법을 쓰게 해 달라며 설득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의 딸마저 그의 해고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감독과는 여전히 해티버그 기용에 대해 싸우고 있었다. 팀이 이런 시궁창에 빠져 있음에도 락커룸의 선수들은 경기에 지고도 분노하기는커녕 패배에 익숙해져서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고 있는 모습을 본 빌리는 팀을 완전히 바꿔 버릴 결심을 한다. 심지어 피터마저 너무 감정적이라며 말리지만 빌리는 우리가 고민할 것은 이 방법을 믿는 것뿐이라며 밀어붙이기로 한다. 그리고는 페냐를 비롯해 몇몇 선수들을 바로 트레이드해버린다. 그리고 본인들이 해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들에게 보완점을 알려주며 본격적으로 머니볼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자 놀랍게도 팀은 극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믿을 수 없는 연승 행진이 시작된다. 

 

 

머니볼, 20연승의 신화를 이뤄내다

 

이때부터 영화는 당시 오클랜드가 20연승까지 가는 여정의 당시 경기 영상을 많이 내보낸다. 앞부분에서 브래드 피트의 명연기에 푹 빠져있다가 이때서야 비로소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게 실감이 된다. 20연승 중에도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빌리와 피터의 머니볼은 멈추지 않고 트레이드를 계속 성사시킨다. 그렇게 드디어 맞이하게 된 20연승 도전 경기. 빌리는 여느 때와 같이 경기를 보지 않고 퇴근을 하지만 꼭 지켜보라는 딸의 말에 차를 돌려 다시 경기장으로 향한다. 이미 경기는 오클랜드가 11:0으로 넉넉히 앞서고 있어서 20연승은 따놓은 당상 같았다. 하지만 그의 믿는 미신처럼 그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상대팀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뭐에 홀린 듯이 오클랜드는 실책까지 저지르며 경기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결국 11:11 동점까지 허용하고 만다. 이때 9회 말 정말 영화같이 등장하는 대타 해티버그. 정말 말도 안 되게 그의 끝내기 홈런으로 오클랜드는 20연승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연승을 해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빌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우승을 원하며 플레이오프를 맞이하지만 오클랜드는 다시 한번 탈락의 쓴 고배를 마시게 된다. 그리고 시즌 후, 빅마켓인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거액의 영입 제의를 받는다. 그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오클랜드에 남기로 결심한다. 그의 성격상 빅마켓 언론과 팬들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아이러니하게도 보스턴은 테오 엡스타인이라는 서른 살도 안된 젊은 단장을 임명하고 빌리 빈의 머니볼을 접목시켜 86년 만에 우승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스포츠 소재 영화의 통상적인 특징은 감동 코드를 일절 배제한 채 담담하게 극이 전개된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브래드 피트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의 덕이었다. 이제 야구 시즌도 끝나가는데 야구가 고파질 때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반응형
광고코드

댓글